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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달빛과 산빛 / 가야금 열두줄에 풍류를 보탰습니다 ㅎ

행복 뚜엣 2016. 7. 19. 15:52


달빛과 산빛 / 최항(崔沆, ?-1024)
滿庭月色無烟燭 入座山光不速賓 만정월색무연촉 입좌산광불속빈
更有松絃彈譜外 只堪珍重未傳人 갱유송현탄보외 지감진중미전인
뜨락 가득 달빛은 연기 없는 등불이요 자리 드는 산빛은 청치 않은 손님일세.
솔바람 가락은 악보 밖을 연주하니 보배로이 여길 뿐 남에겐 못 전하리.

뜨락에 달빛이 흥건하니 대낮 같도다. 
자리를 깔고 앉으니, 청한 일 없는 청산이 
슬그머니 엉덩이를 걸치며 자리로 든다. 
달빛 등불을 밝히고 마주 앉은 손님도 있으니 
잔치의 구색이 갖춰진 셈인데 풍악이 없을 수 없다. 
겅중겅중 솔가지 사이로 바람이 지나면서 
악보로는 잡을 수 없는 가락을 들려준다. 
산속의 호젓한 삶이지만 이런 뜻밖의 기쁨이 있다. 
이 보배로운 기쁨을 남에게도 알려주고 싶지만 
나는 아직 그 방법을 모르겠다. 
말해주어 봤자 그들은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할테니 말이다.
 

최항은 지금으로부터 1천년전인 고려초기 문신으로 현종의 사부로서 오랫동안 관직에서 권세를 누렸으나 집에는 조금의 재물도 없을만큼 청렴한 관리이었다 합니다. 나이들어 관직을 스스로 버리고 산중한인이 되어 솔바람 명월에 속진을 씻으며 지은 절창의 칠언절구입니다. 숱한 현종의 부름도 마다하고 학문과 풍류로 여생을 보낸 문사였지요. 별세무렵 병이 중해지자 현종이 직접 문병할 정도로 두터운 신임을 받은 충신이기도 하고요. 학산이 옛날부터 즐겨 감상하는 멋진 칠언절구입니다. 가야금 12줄에 풍류를 보탰습니다. 얼~쑤 조타!!! 한가로운 시간 차 한 잔 마주하고 잠시나마 세속을 떠나보십시다.^^*

출처 : 고운자리
글쓴이 : 학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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